대구 기획디자인 회사의 저력… 올 상 싹쓸이

대구 밝은사람들 4관왕

대한민국커뮤니케이션 대상
4개 분야서 최우수상 등 수상

근무환경·사원 복지 좋아
다른 지역 인재들도 입사 지원


[ 오경묵 기자 ] 대구의 기획디자인 회사인 밝은사람들(대표 이석대)은 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커뮤니케이션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기획디자인회사상을 받았다. 이 회사가 기획제작한 대구달성문화재단 소식지 ‘꽃밭에서’는 창간소식지 부문, 독도학술광고시리즈는 광고공익캠페인 부문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경북농민사관학교 10년사는 사사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방의 디자인 중소기업이 네 개의 수상작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999년 창업 후 청년고용에 중점을 두면서 19년간 디자인 전문성을 키워 온 이석대 대표의 고집스러운 경영철학 덕분이다. 대구의 청년 유출이 심하지만 이 회사는 서울 창원 등 다른 지역 청년들이 근무하러 찾아오는 디자인 회사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이 대표는 디자인업계의 관행인 야근을 줄였다. 그는 “별 보고 출근하고 퇴근해서는 창의적으로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적정 인원의 두 배를 채용해 친구를 맘껏 만나고 듣고 체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는 ‘하나데이’를 만들어 1년에 네 번 야구장과 패러글라이딩장 등에서 친목을 다진다.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고 싶은 직원에게는 언제든지 지원한다.

신문기자 출신인 이 대표는 창업 초기 기획디자인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업계 풍토에 충격을 받아 변화를 꾀했다. 이 대표는 “20년 전에는 인쇄주문을 하면서 디자인을 공짜로 해달라는 고객이 많았다”며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해 업계는 영세했고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다보니 야근해야 살아남는 열악한 구조였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2014년 기업부설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의 정식인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기업부설연구소에 지원되는 국비를 한푼도 받지 않았다. 국비 지원을 받고 신입사원도 적절하게 뽑아 어려울 때 대비하라는 주위의 권고에 이 대표는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직 영세하지만 젊은이 한 명이라도 더 껴안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남다른 창작물로 인정과 평판이 쌓이면서 고객사가 늘고 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0년 매출 20억원을 넘겼다. 이후 7년간 매출이 3억원 증가했지만 직원은 10명을 더 뽑았다. 지난 4월에는 대구 앞산카페거리에 있는 마당 넓은 곳으로 회사도 옮겼다. 새 사무실 디자인은 직원들 취향을 반영해 꾸몄다. 지하에는 쉴 수 있는 창의방을 만들고 맥주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도 경영방침에 화답해 재능기부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시각장애인 부부가 운영하는 호떡집 포장마차 브랜드와 포장디자인, 새내기 청년창업가를 위해 브랜드 네이밍과 브랜드 아이덴티티(BI) 개발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직원 박지예 씨는 “사회공헌 활동이 전문성을 더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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